조용헌이라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많은 책들 중에 이 책을 집어든 까닭도
이 사람의 이름이 제목에 나와있다는
막연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조용헌 살롱'이라고 해서
일간신문에 이틀에 한 번씩
소소한 이야기거리를 실었는데
나도 그의 애독자였다.
그렇게 보아온 것이
가물가물한 몇 년 전인데
이번에 '조용헌 살롱'에 실었던 내용들을 모아
한 권으로 엮은 책으로 접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저 그냥 문객인가 했더니
조용헌 이 사람의 이력이 대단하다.
불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8년간 한,중,일 삼국의
600여 사찰과 고택을 답사한 이력이 있다.
그동안 많은 기인, 고수들과 만나고 접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만의 필체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이다.
'조용헌의 소설'이라고 명명한 까닭도 재미있다.
소설이란 단어 그대로 풀어보자면
짤막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보따리장수처럼
짤막한 이야기들을 지고 다닌다.
여기 소설에 실린 진짜 '소설'들은
총 네 개의 파트로
모두 사람 살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들이다.
사람이 사는 '집'... 주거환경
사람이 먹는 '음식'... 우리나라 음식문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부자들의 '베품'의 미덕
혼을 불태우는 '사람'
... 전국의 기인, 고수들
몇 가지 인상깊은 '소설'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지금은 생소하기 그지없는 '약장'.
17세기 <동의보감>이 유행해서
양반가정에 한 권씩 필독서가 되던 시절에는
약장 또한 가정의 필수품이자
귀한 가구였다.
가벼운 병환은 의원을 찾지 않고
<동의보감>을 보고 약을 지어
먹었다고 한다.
선비들이 유배를 떠날 때에도
약장은 꼭 지침하고 갔다고 한다.
<주역> 공부가 그렇게도 어렵다고 한다.
공자도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보았다고 하는 <주역>은
그만큼 공부가 어렵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지천태'괘만 해도
개념을 납득하기가 여간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 그가 '지천태'괘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제주도의 요가 고수,
석명 선생 덕이라 한다.
인체에서 꼬리뼈는 땅을 상징하고
정수리는 하늘을 상징한다고 한다.
머리서기를 했을 때가
지천태의 형상을
완벽히 갖춘 자세라고 한다.
지천태가 되어야 환정보뇌가 되면서
머리가 시원하고
마음이 태평해진다고 한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소설들이
261편이나 담겼으니
조선 팔도에서 건져올린
가볍고도 비범한 그의 '소설'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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